거듭된 산업재해 불명예…뒤늦은 안전 투자, 갈 길 먼 제도 구축
허영인 회장 "경영과 소유 분리" 뭇매…오너家 배당 규모는 점증
SPC그룹은 각종 사고와 논란이 빈번한 곳이다. 대표적으로 산업재해, 특히 유사한 사고가 반복됨에도 이를 개선하기 위한 진척이 더뎌 세간의 질타를 받고 있다. 오너일가는 사고 때마다 책임론에서 거리를 둬왔다. 대주주로서의 책임보단 경영과 소유의 분리를 내세우며 회피하는 모양새를 취했다. 대규모 안전 투자에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되는 과정 속에 오너 일가는 주요 계열사의 배당 확대로 곳간을 두둑이 채워가고 있다.
◆ 반복되는 산업재해…여론 뭇매에 부랴부랴 내놓은 투자 계획
SPC그룹은 지난해부터 안전부문을 강화하기 위한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3년간(2023~2025년) 1000억원을 투자해 산업재해의 재발을 막겠다는 구상이다. 생산현장 및 노동자의 안전보건을 개선하는 일환으로 비춰지지만, 그 과정을 짚어보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자발적 안전 투자 강화보다 타의에 의한 성격이 짙은 까닭이다.
SPC그룹이 전 계열사의 안전을 강화하겠다며 대규모 자금의 투입을 피력한 시점은 2022년 10월이다. 당시 SPC그룹 산하 계열사 SPL의 경기도 평택 제빵공장에서는 20대 근로자가 작업 중 끼임 사고로 사망하는 일이 발생했다. 잦은 산업재해로 인해 노동계를 넘어 정치권까지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SPC그룹은 생산현장 등을 비롯한 그룹 전반의 안전을 강화하겠다며 1000억원 투자를 피력했다. 이를 통해 전사적 안전진단, 안전경영위원회 설치, 안전관리 인력 및 역량 강화, 근무환경 개선 등을 이루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현재 약 520억원이 투입된 상황이다.
안전 투자 발표에도 사고는 반복됐다. 지난해 8월 경기도 성남에 위치한 샤니 제빵공장에서 50대 근로자가 반죽기계에 끼여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는 SPC그룹의 안전불감증 및 노동·생산환경 개선에 대한 의구심을 재차 키웠다.

SPC그룹의 산업재해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윤건영 의원실(더불어민주당)에 따르면 SPC그룹은 2018년부터 2023년6월까지 853명(사고 및 질병)의 산업재해 피해자가 발생했다. 피해자 규모는 해마다 증가했다. 2018년 100명, 2019년 150명, 2020년 158명, 2021년 176명, 2022년 188명으로 점증했다.
위생논란도 적지 않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영주 의원이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8년 1월부터 2023년 6월까지 SPC그룹 식품공장에서 79건의 식품위생법 위반이 적발된 것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소비자 등의 이물질 신고로 받은 행정처분도 49건에 달했다.
SPC그룹 오너 일가는 각종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선을 긋는 모양새를 취했다. 지난해 말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산업재해 관련 청문회에 출석한 허영인 회장이 경영과 소유의 분리를 강조하며 책임논란에서 발을 빼려는 모양새를 취한 게 일례다.
◆쏠쏠한 배당소득, 두둑한 곳간…지지부진 안전 투자의 상반된 민낯
반복되는 생산현장과 노동환경 문제에 소극적이었던 것과 달리 오너 일가는 쏠쏠한 배당소득을 올리며 곳간을 채워갔다. 이는 최근 수치에도 잘 드러난다.
오너 일가가 최근 3년간 주요 계열사를 통해 수령한 배당금 규모는 약 543억원에 달한다. 그룹의 유일한 상장사인 SPC삼립으로부터 약 122억원의 배당금을 수령했다. SPC삼립의 오너일가 지분은 약 32.89%(283만8240주)다. 허영인 회장이 4.64%(40만주), 허 회장의 장남 허진수 씨가 16.31%(140만7560주), 차남 허희수 씨가 11.94%(103만680주)를 보유하고 있다.

SPC삼립은 꾸준히 배당을 확대하는 추세다. 최근 3년간 SPC삼립의 주당 현금배당 규모는 2020년 1104원, 2021년 1500원, 2022년 1700원으로 점증했다. 순손실을 기록했던 2020년에도 직전연도와 동일한 규모(주당 1104원)의 배당을 실시했다. 다만 오너 일가에 대한 배당은 차등배당으로 진행됐다. 대주주의 높은 지분율에 대한 비판을 의식해 소액주주보다 배당 규모를 줄인 까닭이다. 이로 인해 오너 일가에 대한 배당은 2020년 주당 624원, 2021년에는 주당 1000원이 적용돼 지급됐다.
이런 흐름은 약 9년 만에 일단락됐다. 2022년부터 차등배당을 실시하지 않으면서 오너일가는 소액주주와 동일한 주당 1700원의 현금배당을 지급 받았다.
브랜드 '배스킨라빈스'와 '던킨'을 거느리고 있는 비알코리아에서 수령한 배당금 규모가 가장 컸다. 비알코리아는 허영인 회장 외 3인이 66.67%(40만2주)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오너 일가는 비알코리아를 통해 3년간 약 300억원의 배당금을 수령했다. 주당 배당금 규모는 2020년 2만6490원에서 2021년 3만1790원으로 확대됐고, 이듬해에는 실적 부진 속에 주당 배당 규모가 1만6610원으로 줄었다.
그룹 지배구조 정점에 위치한 핵심 파리크라상을 통해서는 약 150억원의 배당금을 수령했다. 파리크라상은 오너 일가가 지분 100%를 쥐고 있다. 허영인 회장 63.31%, 그의 장남 허진수 씨가 20.33%, 차남 허희수 씨가 12.82%, 허 회장의 배우자인 이미향 씨가 3.54%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구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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