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中 알리·테무 직구 물량 증가에 바빠진 평택세관… 구찌·산리오 짝퉁에 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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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4.02.24. 오전 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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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신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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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택세관, 중국發 해상특송화물 통관 물량 집중
中 알리·테무 직구 열풍에 업무 포화
일평균 화물 반입량 14만 건 넘어
2020년 이후 매년 화물통관량 1000만 건 가까이 늘어


“방금 박스 5번으로 선별해 주세요.”

22일 오후 2시 경기도 평택시 포승읍 평택직할세관. 평택직할세관 특송물류센터 내 엑스선(X-ray) 판독실에선 7명의 직원이 포장된 박스의 내부 사진을 실시간으로 확인하며 정해진 코드 번호를 불렀다. 코드는 마약 의심 물품, 검역 대상 포함, 지식재산권 침해 의심 여부 등에 따라 다르게 부른다고 한다.

평택세관 특송물류센터의 모습은 택배 물류 창고와 비슷하다. 물류센터의 면적은 1000평 정도다. 이곳에선 중국에서 선박에 실려 국내로 들어오는 물품의 통관 절차를 진행한다. 대형트럭에 실려 온 물품들은 세관의 컨베이어 벨트를 타고 센터로 들어와 통관 절차를 밟는다. 반입 적정성 여부를 판단하는 엑스선 검사에서 의심 물품으로 판별된 박스는 따로 분류된다. 실제 안에 담긴 물품을 확인한 후 국내 반입 불가 물품으로 판명될 경우 통관이 불허된다. 상품 가격 과소 신고로 무관세로 들여오려다 적발된 상품에 대해선 추가 관세를 매기기도 한다.

이날 평택세관 내 컨베이어 벨트 위에는 중국에서 온 화물이 계속 밀려 들어왔다. 엑스선 검사 장비는 실시간으로 물품을 촬영했고, 현장 근로자들은 쉴 틈 없이 상자에 붙은 바코드를 찍고 물품을 날랐다. 작업 특성상 센터 안팎을 계속 오가야만 했다. 눈이 오고 바람이 부는 영하의 날씨임에도 근로자들은 때로는 땀을 흘렸다가, 때로는 입김을 내면서 화물을 옮기는 작업을 반복했다.

지난해 중국에서 보내 평택세관으로 들어온 특송화물의 양은 일평균 14만4000건에 달한다. 관세청에 따르면 평택세관은 국내 세관 중에서 가장 많은 양의 해운 특송화물을 처리한다.

평택세관이 처리하는 물품은 대부분 B2C(기업·소비자 간 거래) 상품으로, 주로 ‘알리’와 ‘테무’ 등 중국의 전자상거래(이커머스) 플랫폼에서 구매한 제품이라고 한다. 명품과 골프용품을 비롯해 전자제품과 패션 잡화까지 종류도 다양하다.

그래픽=정서희

평택세관에 반입되는 특송화물 반입 건수는 2020년 1335만 건, 2021년 2333만 건, 2022년 3204만 건, 2023년 4009만 건으로 매년 1000만 건 가까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부터는 중국 알리, 테무 등 초저가를 내세워 국내 소비자들의 반향을 얻고 있는 이커머스 업체에서 구매한 직구(직접 구매) 상품이 쏟아지고 있다.

평택세관 관계자는 “지난해 상반기 광군제(중국의 대규모 할인 행사) 영향으로 세관이 포화상태가 돼 통관이 상당히 지체되기도 했다”며 “직구 물량을 모두 감당하기 어려워, 지난해 6월부터는 인천공항·인천항·부산 용당세관으로 분산해 통관 처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에서 들어오는 상품 중엔 유명 브랜드의 제품을 복제한 이른바 ‘짝퉁’ 제품이 많다는 전언이다. 모조품으로 지식재산권을 해하는 제품은 통관이 불가하다. 평택세관은 특송물류센터 한편에 ‘TIPA’(무역관련지식재산권보호협회) 구역을 설정하고, 이곳에 가품 의심 제품을 보관하고 있다.

TIPA 표지판에 쌓인 상자들의 송장엔 빨간 매직으로 사선을 그어놨다. 옆에는 한글로 ‘산리오’와 ‘구찌’ 등을 써놨다. 해당 브랜드의 제품을 모방한 가품이라는 의미이다. 산리오는 일본의 캐릭터 브랜드다. ‘헬로키티’부터 ‘쿠로미’, ‘시나모롤’ 등 어린이들은 물론 성인들도 좋아하는 캐릭터 상품이 많다.

5명의 TIPA 직원들이 가품 의심 물품을 뜯어 사진을 찍고 데이터베이스(DB)화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었다. 한 달에 한 번 정도 해외 브랜드 본사 관계자가 와서 정·가품을 감정할 시 묶어서 한 번에 보여줄 수 있도록 그룹화 작업을 해놓는다. 일주일에 300건가량의 가품이 이 과정을 밟는다.

22일 찾은 평택세관에 지식재산권 침해 의심 물품(짝퉁)이 쌓여있는 모습. /이신혜 기자

관세청 관계자는 “시기에 따라 가품 의심 물품 브랜드들도 달라지는데, 최근에는 구찌 벨트와 산리오 굿즈 가품 의심 물품이 많아졌다”라며 “홀로그램 여부나 외형상 문제로 바로 가품 여부를 알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브랜드 본사에서 직접 확인할 수 있도록 분류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TIPA 공간 위 특송물류센터 2층 공간에서는 특송통관과 직원들이 주문서와 반입된 물품이 동일한지, 상업용이 의심되거나 검역요건 등 기타 요건에 위배되는 물품이 있는지 확인하고 있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식품 인증을 받지 못한 라면·국수·빵 등 식품류도 검사 대상이다.

평택세관에는 특송통관과 직원 36명이 근무 중이다. 반입 물량은 급증했지만 일하는 직원의 수는 전년(40명)보다 오히려 줄었다. 특히 7명의 엑스레이 판독 직원 중 판독전문직원은 3명뿐이다. 현장에 있던 세관 관계자는 “이 정도 물량을 받아내는 세관 규모라면 적어도 10명 이상의 판독전문직원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정훈 평택세관 통관총괄과장은 “알리와 테무 등 중국 플랫폼에서 반입되는 특송화물 물량이 늘어나며 지식재산권 침해 물품 적발 건수도 늘고 있다”며 “지재권 보호뿐만 아니라 마약과 검역 물품 등을 효과적으로 단속하기 위해선 인원 확대나 검사 장비 추가 등의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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