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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 기술특례상장의 명암]당연한 투자자 보호 명분, 이해 관계자 모두 '딜레마'④파두 사태 나비효과, 규제 맞추려면 생존위협…업황 고려한 대안 필요성

한태희 기자공개 2024-03-06 09:12:06

[편집자주]

2005년 도입된 기술특례상장 제도는 바이오기업에 있어선 단비와도 같았다. 기술밖에 없는 기업들이 상장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고 이를 수익으로 연결하는 비전을 연결하는 가교였다. 하지만 20년이 지난 현재 이 제도에 대한 평가는 '양가적'이다. 제도덕에 바이오 기업들은 시장에서 성공적으로 자리를 잡았지만 매출 및 법차손 요건 등 영속하기 어려운 허들에 허덕이고 있다. 최근엔 기술성평가 후 거래소 심사 문턱까지 높아지면서 상장을 철회하는 기업들도 속출하고 있다. 더벨은 달라진 바이오텍 기술특례상장의 양상과 명암을 들여다봤다.

이 기사는 2024년 03월 04일 08시39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투자자 보호라는 분명한 명분아래 기술특례상장을 추진하는 바이오텍의 고민은 점점 더 깊어진다. 상장 후 실제 성과가 약속과 다른 바이오텍이 많았던 것도 문제지만 무엇보다 작년 파두 사태에 따른 나비효과가 결정적이었다.

금융당국과 거래소는 파두 홍역을 겪은 이후 일률적으로 규제를 강화하는 쪽으로 쐐기를 박았다. 이런 변화는 IPO, 그것도 기술특례상장을 통한 코스닥 입성에 목을 매오던 바이오텍의 생존 문제를 위협하는 현안으로 떠올랐다.

투자자 보호 명분 아래 규제를 강화할 수밖에 없는 당국, 거래소 규제를 맞추기 어려운 바이오텍. 기술특례상장을 둘러싼 시장 이해관계자들이 딜레마를 겪고 있다.

◇가이던스와 실체 괴리 해소 이슈, '시나리오별 매출' 요청

대의명분 속 금융당국 규제 중 눈길을 끄는 건 증권신고서 단계다. 어렵게 기술성평가를 넘고 상장예비심사를 통과해도 또 하나의 문턱이 바이오텍을 기다리고 있다.

파두 사태 이후 상황은 악화됐다. 작년 기술특례상장한 파두는 금융당국에 제출한 증권신고서에서 연간 매출액 추정치로 1202억원을 제시했다. 그러나 작년 2분기 5900만원, 3분기 3억원에 불과한 실적을 내며 투자자들의 공분을 샀다.

금융당국은 제도 개선안과 함께 규제 강화를 위한 장치 마련에 착수했다. 특히 예심 신청 기업은 증권신고서 제출 직전 월까지 결산 실적을 기재하도록 했다. 시나리오별 예상 매출 계획 요청을 통해 합리적 공모가 산정을 위한 절차도 마련했다.


작년 말 예심 승인된 디앤디파마텍이 제출한 증권신고서를 보면 매출 추정치를 회사 제시금액(낙관적), 예상매출 실현(중립적), 수주예정액만 실현(보수적)으로 나눠 작성했다. 심사가 이전보다 엄격해졌다는 걸 드러내는 단초다.

디앤디파마텍이 제시한 추정치는 유사 파이프라인의 기술이전 사례와 성공률을 고려해 잡았다. 예상매출 실현(중립적)은 추정 매출에서 추가 기술이전이 예상되는 주요 파이프라인에 대해 별도 할인율을 적용해 산정했다. 수주예정액만 실현(보수적)은 계약체결을 완료한 파이프라인의 예상 수익 외 다른 잠정 수익을 배제했다.

바이오텍은 낙관적, 중립적 매출 추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신약 개발 기업이 초기임상 단계 후보물질의 향후 기술이전 계약을 미리 예측한다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금융당국은 이 과정에서 투명한 매출 기재와 근거 작성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 중 중립적 가정은 공모가 산정에 반영되는 추정실적으로 쓰인다.

◇선순환 구조 균열, 초기단계 VC 투자 축소로 연결

기술특례상장을 위해 금융당국이 신약 개발사에 요구하는 실체는 최소 임상 2상 데이터 또는 글로벌 기술이전 이력으로 파악된다. 하나의 파이프라인이 전임상부터 본임상까지 진입하는 데 드는 비용이 많게는 수백억원인 점을 고려하면 상당히 높은 기준이다.

상장 전부터 2000억원 안팎의 펀딩이 이뤄져야 한다는 의미다. 이는 기술특례상장의 본래 취지와도 상충한다. 기술특례상장은 가시적 매출 구조로 독자 경영이 가능해지기 전에 성장성 있는 기업에게 기회를 주기 위해 마련됐다.

IPO 문턱이 높아지며 벤처투자자들의 초기 시리즈 투자 규모도 줄고 있다. 작년 국내 비상장 바이오텍 자금조달 현황은 1조1564억원으로 전년 대비 65.8% 감소했다. 2022년엔 1조7561억원, 2021년엔 3조300억원의 펀딩을 유치했다.

바이오텍의 엑시트(투자금 회수) 가능성이 작아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후보물질 발굴 등 초기단계 자금 경색으로 임상 진척이 지연되면서 시장 내 경쟁력을 잃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에 대해 업계서는 가혹한 처사란 입장과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의견이 점철되고 있다.

IPO 문턱을 낮추는 대신 상장 후 거래소 차원의 규제와 관리·감독을 강화하자는 게 주된 골자다. 증권사 책임을 강화한 풋백옵션(환매청구권) 확대를 통한 안전장치 마련도 거론된다. 풋백옵션은 IPO를 통해 상장한 주식의 가격이 공모가보다 하락할 경우 공모가 90% 가격으로 되팔 수 있는 옵션이다.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지금 사태의 책임은 투자자, 기업, 금융당국 모두에 있다"면서도 "다만 현재 거래소 문턱이 너무 높은 건 사실이라 잘못한 기업들을 빠르게 시장에서 내쫓을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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