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동향
[석학 커리어 디시전스 정책제언] 통계학:학문의 길과 산업응용의 길
- 등록일2024-01-11
- 조회수1753
- 분류정책동향 > 기타 > 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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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발간일
2024-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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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한국과학기술한림원
- 원문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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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드
#산업응용#통계학#학문
통계학: 학문의 길과 산업응용의 길
박성현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 목차
⑴ 1. ‘산업기술 강국’ 대한민국과 통계학
⑵ 과학의 산업화, 어떻게 이룰 것인가?
⑶ 정책제언: 데이터 산업 육성 및 진흥 전략
⑷ 시대에 걸맞은 ‘산업형 과학기술인’ 육성시스템 마련해야
⑸ 통계학자로서의 철학과 삶
◈본문
■ 1. ‘산업기술 강국’ 대한민국과 통계학
•통계학의 정의, 발전사
◎︎ ‘산업기술 강국’ 대한민국과 통계학
인간은 왜 역사를 공부할까. ‘과거’를 되돌아보는 것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우리는 왜 ‘위인’들의 성공 사례를 되짚어 보는 것일까. 한 분야에 탁월한 업적과 성과를 창출한 상징적 인물들의 지식과 경험, 노하우를 되살펴 보는 까닭은 과연 무엇일까.
그것은 성공을 ‘우연’이라 말할 수 없기 때문이다. 거기에는 ‘노력’이나 ‘재능’이라는 한마디 말로 설명할 수 없는 다양한 노하우가 수없이 녹아 있다. 어떤 조직, 혹은 개인이 그 노하우를 충분히 배우고 익혀 실천할 수 있다면, 그 미래는 밝다고 이야기할 수 있지 않을까.
과학기술계, 그리고 대한민국의 미래 역시 마찬가지이다. 다행히 대한민국은 많은 고난과 역경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성공적 행보를 걸어왔다. 1953년 한국의 1인당 국민총소득(GNI)은 76달러였으나, 2022년 1인당 GNI는 3만 2,661달러로 나타나 한국전쟁 이후 430배 이상 급성장했다. 그 이면에는 과학기술계의 부단한 노력과 뒷받침이 있었다는 점에 이견을 제시할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우리에게 남은 숙제는 이런 성공을 앞으로도 계속해 나갈 수 있느냐 하는 점이다.
‘석학 커리어 디시전스’ 정책보고서는 이런 생각에서 출발한다. 대한민국의 성공사를 함께 써 온 과학기술 주역들의 성공 비결을 듣고, 그들의 지식과 경험, 노하우를 최대한 정리하여 새로운 시대를 만들어 나갈 이 땅의 후임들에게 전하려는 것이 그 목적이다. 한국과학기술한림원은 이를 책자 형태로 정리하여, 과학기술 석학의 세부 연구 분야의 태동과 발달, 국내 발전사 및 현황 등을 정리하고 향후 발전 전략을 도출하도록 함으로써 유용한 정책적 자료이자 과학사적 사료로 활용
할 수 있도록 하고자 한다. 그리고 더 나아가 동료 연구자 및 미래 인재들은 물론이고, 정책입안자 등에게 유용한 자료로 제공, 이러한 정보가 미래 과학기술계, 나아가 국가 발전에 더없이 큰 무형의 자산이 되기를 기대한다.
이번 정책보고서는 대상 석학의 철학과 생각, 노하우와 철학 등을 가감 없이, 최대한 알기 쉽게 전달하는데 주안점을 뒀고, 목차나 제목 등의 구성도 기존의 보고서 형식에 맞추기보다는 내용의 전달 그 자체에 목적을 두어 고민하고 집필했다.
‘과학의 산업화’ 편의 제언자로 선정된 ‘박성현 서울대학교 명예교수(이하 박성현 교수)’의 업적과 삶, 경험은 과학기술에 대한 깊은 관심과 연구가 산업에 얼마나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박성현 교수 본인도 “과학기술의 발전이 결국 사회의 발전, 나아가 행복한 사회를 만드는 밑바탕이 되며 본인의 지식과 경험이 대한민국의 미래에 작은 도움이나마 되길 바란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박성현 교수는 통계학을 공업적으로 적용하는 방법을 책과 논문, 교육을 통해 전파하여 대한민국 공업기술의 수준을 끌어올리는 데 크게 이바지한 인물이다. 이른바 ‘기초과학’을 뿌리 깊이 이해하고, 이를 산업에 접목하는데 앞장선 진정한 ‘기초과학자이면서 동시에 산업형 과학기술인’이라고 구분할 수 있을 것이다. 박성현 교수는 우리나라의 산업화가 한창이던 1980~1990년대 시절, 산업계의 부족한 기초과학의 지식을 제공해 주었던, 이른바 ‘산업을 도운 과학지식인’으로서 그 가치가 큰 인물이라 정의할 수 있다.
그 과정에서 박성현 교수가 이룬 업적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첫째는 그의 전공 분야인 통계학, 그중에서도 회귀분석(regression analysis), 실험계획법(design of experiments), 통계적 품질 관리(statistical quality control) 분야에서 일생 연구한 학문을 다수의 책과 논문으로 정리하여 학계와 대중에 전파한 점이다. 둘째는 산업 분야 실무자들을 위해 현장 교육, 그리고 기업컨설팅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일생 그가 저술한 책은 93편, 논문은 178편에 이른다. 이런 책 중 상당수는 기업에서 교재로 쓰일 만큼 실용성이 컸다. 산업체의 생산과정에 문제가 발생하면 직접 팔을 걷어붙이고 달려가, 전공인 통계학을 이용해 문제를 해결해 주는 ‘해결사’ 역할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의 학문적 업적 대다수는 산업통계에 관한 것들이며, 베스트셀러 반열에 오른 다양한 통계학 관련 저서들도 모두 산업통계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다. 그는 국내에 산업통계를 전파한 창시자인 셈이며, 그의 업적은 대
한민국이 ‘산업기술 강국’으로 거듭나는데 적지 않은 기여를 했다. 즉 이런 박성현 교수의 업적과 제언은 보고서로써 정리해 둘 충분한 가치가 있다 여겨진다.
◎︎ 통계학의 정의, 발전사
박성현 교수는 통계학과 관련, 국내 과학 및 산업기술 발전에 큰 업적을 남겼다. 그의 업적과 제언을 온전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선 통계학이란 어떤 것인지 미리 알아볼 필요가 있다.
통계학이란 학문은 유럽에서 18세기에 영국과 독일을 중심으로 태동한 학문이나, 그 학문적 기초는 오래전부터 존재했다. 고대 이집트, 메소포타미아, 중국 등에 있던 국가들에서도 이미 인구, 납세, 농지 등의 수량적 조사나 관찰을 통해 국가의 운영을 위한 정보를 통계의 형태로 구해 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18세기 전까지는 나라의 운영을 위하여 필요한 통계를 생산, 활용해 온 것뿐으로, 통계학이란 학문이 따로 존재하지는 않았다.
통계학(統計學, Statistics)이란 단어가 공식적으로 통용된 것은 1797년에 대영백과사전(Encyclopedia Britannica)에 처음으로 등재된 후부터이다. 이 단어는 엄밀하게 어떤 뜻일까. 우선 어원을 살펴보자. 폴크(Folks)1 에 따르면 라틴어인 status(국가를 의미하는 state)와 statista(정치인을 의미하는 statesman)에서 온 것이라고 한다. 특히 statista는 국가의 업무를 관장하는 사람을 일컫는 말이었다.
즉 당시 Statistics의 의미는 정치인들이 ‘국가의 살림을 꾸려 나가는 데 필요한 통계자료를 체계적으로 산출해 내는 정치 산술’로 정의됐다. 초기의 통계학 영역은 오늘날 통계청에서 생산하는 인구주택총조사, 산업총조사 등이나, 한국은행에서 생산하는 국내총생산(GDP) 조사 등이 만들어 내는 국가통계에 관한 것으로, 정치 산술학 성격이 강했다.
통계학이 영국에서 정치산술학으로서 발생했다면, 이를 한 단계 발전시킨 것은 독일 등 유럽 여러 나라에서 발전한 ‘확률론’이다. 19세기 초에 초기의 통계학이 확률론을 만나면서 통계학 개념이 확대되어 수리통계학(mathematical statistics)의 모습을 띠게 됐다. 확률론을 기반으로 하는 수리통계학은 차츰 추측통계학(inferential statistics)으로 발전되고, 20세기 초에 영국을 중심으로 ‘현대통계학’이 싹트게 된다. 현대통계학은 정치산술학과 추측통계학을 포함하면서, 표본 데이터에서 모집단의 성격을 파악하려는 오늘날의 통계학으로 발전하게 됐다.
현대통계학의 정의는 다양하지만, 학자 사이에서 통용되는 명백한 기준은 있다. 보고서의 제언자인 박성현 교수에 따르면, 현대통계학은 ‘사회, 자연, 공업 및 인간 생활의 온갖 현상을 연구하기 위하여 불확실성(uncertainty)이 내포된 데이터(data)의 수집, 분석, 추정 및 검정을 통하여 의사 결정(decision-making)에 필요한 정보(information)의 획득과 처리 방법을 연구하는 학문2 ’이라고 한다. 즉, 통계학은 ‘데이터로부터 효과적으로 정보를 추출하는 방법을 연구하는 학문’으로 볼 수 있다.
현대에 기초과학이 가장 발전한 나라로 단연 미국을 꼽는다. 통계학도 20세기 중반에 그 중심이 영국에서 미국으로 옮겨졌다. 이를 중심으로 현대통계학은 급성장하고 있다. 통계학 자체의 이론 연구는 물론, 다른 분야에 도움을 주는 보조 학문으로도 급성장하고 있으며, 다른 학문과 통계학이 만나 새로운 학문 분야의 이름이 생겨나고 있다. 예를 들면, 생물학 분야는 생물통계학(Biostatistics, Biology+Statistics), 경제학 분야는 계량경제학 (Econometrics, Economics + Statistics), 사회학 분야는 계량사회학(혹은 사회통계학(Sociometrics, Sociology+Statistics), 공업 분야는 공업통계학 혹은 산업통계학 (Industrial Statistics)으로 발전하고 있다.
우리나라에 현대통계학이 도입되기 시작한 것은 1960년대 서울의 5개 사립대 (고려대(1963), 동국대(1963), 성균관대(1964), 중앙대(1964), 연세대(1966))에서 통계학과가 설치되면서부터라고 할 수 있다. 동국대는 이과대학에 설치되었으나, 기타 4개 대학은 모두 경상 계열에 설치하여 그 당시 경제·사회 발전을 위한 통계학의 기여를 강조하였음을 알 수 있다. 초기 통계학과들을 세운 학자들은 대부분 계량적인 분석 등의 응용통계에 많은 관심이 있었기 때문에 이 당시 통계학 연구는 주로 계량경제 등을 중심으로 하는 응용통계 분야였다. 1971년에 한국통계학회가 창립됐고, 이 학회는 오늘날 통계학 연구와 교류의 중심지가 됐다.
1970년대 이후 미국 등을 중심으로 외국에서 통계학의 이론적인 내용을 공부한 학자들이 귀국함으로써 통계적 추론, 의사결정론 등 이론통계학이 본격적으로 연구되기 시작했다. 그 중심에는 서울대학교 자연과학대학에 1975년에 설치된 계산통계(計算統計, Computational Science and Statistics)학과이다. 이 학과는 계산학과 통계학을 같이 교육하는 학과로, 통계학 분야에서는 이론 통계를 중시하여 국내에서 현대통계학 연구의 뿌리를 튼튼하게 하는 역할을 감당했다.
박성현 교수는 서울대 계산통계학과에 1977년에 부임한 선구자적 인물로, 대한민국의 현대통계학의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고 말할 수 있다. 특히 통계학 전문 분야의 서적이 거의 없던 시절에 각 분야의 전문 서적으로 ‘회귀분석’, ‘현대실험계획법’, ‘통계적품질관리’란 책을 출판하여 국내 현대통계학의 발전
에 큰 몫을 담당했다. 1980년대에 국내 많은 대학에서 통계학과를 설치하면서 오늘날에는 전국에 70여 개의 대학에 통계학 관련 학과가 설치되어 있다. 이들은 초기의 통계학과처럼 경상계열에 있어 통계의 경제·사회 분야 통계응용을 주로 교육하는 곳도 있고, 자연계열에 소속되어 있어 이론통계학을 중심으로 교육하는 곳도 있고, 컴퓨터 분야와 어우러져 ‘데이터 과학(data science)’ 목적에서 주로 교육하는 곳도 있다. 통계학 연구의 다양성을 보여주고 있는 현상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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